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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돌아온 항공업.

    휴먼의 항공업 이야기 – 시스템 속의 사람을 기록하다

    TL;DR

    • 11년 전, 마케팅 업무로 항공업 커리어를 시작했다.
    • 자신감이 아닌 자만, 결국 방향을 잃었다.
    • 그 뒤 8년의 IT 커리어를 거쳐 다시 항공업으로 돌아왔다.
    •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걸어온, 그리고 앞으로도 걸어갈 ‘나의 항공업 이야기’의 시작이다.

    Hello, Aviation

    처음 항공업에 들어갔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토록 바라던 업계에서 일하게 된 순간이었다.

    ‘너무 바라던 일’이어서 그랬을까? 나는 무언가 모를 ‘이상한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의 나는 어설프게 주워들은 정보와 지식으로 ‘이 업계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자만을 ‘자신감’으로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은 내 부족함을 채워줬다. 서로의 경험을 대화로 공유하고, ‘항공업’만이 가진 실무의 벽을 함께 넘던 시간들을 만들어 갔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던 동료들 덕분에 내가 가졌던 자만은 마치 자신감처럼 포장되어 있었고, 정작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잘못된 자신감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는 법.

    결국 방향을 잃었고, 그토록 원했던 항공업을 떠나 IT 업계로 옮겼다.

    그렇게 8년이 흘렀다. 그리고 2022년 말,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어느 날, 다시 항공업으로 돌아올 기회가 찾아왔다.

    2023년 2월, 나는 두 번째 비행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일하고 싶었다. 이전보다 깊게 이해하고, 누구보다 잘 알고 싶었다.

    IT 업계에서 하나씩 쌓아왔던 프로젝트 관리와 문제 해결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이 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감’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감’을 ‘나의 일’로 바꾸는 기회가 찾아왔다. 회사는 당시 가장 큰 프로젝트였던 PSS(Passenger Service System) 교체 프로젝트의 PM(Project Manager, 프로젝트 매니저)을 맡겨 주었다.

    흔히 접하지 못했던 시스템, 낯선 용어, 그리고 수많은 파트너사와의 이해관계들.
    나는 하나씩 물어보고, 정리하고, 또 물어보고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정리된 내용을 기반으로 과정을 점검하면서 그 흐름이 단단해졌고, 인도 PM과의 소통도 원활해지기 시작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배움을 갈구했다.

    중요한 프로젝트의 PM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는 부담이었지만, 내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두렵지 않았다.

    배울 수 있는 모든 곳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그 부족함을 채워 주었다. 그리고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에 반영하기 위해 시간을 쏟아부었다.

    프로젝트를 맡은 지 8개월째, D-Day가 찾아왔고, 출근한 지 37시간 뒤 PSS 교체를 마치고 퇴근한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함께한 동료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서로의 경험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때 깨달았다. 항공업 IT 프로젝트의 본질은 시스템 그 자체보다, 함께 협업하는 사람들과 리듬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기록으로 남길 앞으로의 여정

    앞으로 내가 배운 것들, 오래 들여다보며 이해하게 된 시스템과 용어들, 그리고 항공 IT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기록해 보려 한다.

    한때는 그저 항공업을 좋아하던 한 사람이, 이제는 그 안에서 쌓여온 이해와 경험을 글이라는 형태로 남기며 다시 배움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익숙함 너머의 세계를 알고 싶어 했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기록은 내게 또 다른 항로가 될 것이다.

    이 여정이 긴 숨을 가지고 이어지기를 바라며…

    ‘오송역’으로의 첫 출근, 2023년 2월의 어느 날